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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탁쇼 콘서트 후기 - 50대 남성이 잠실에서 본 영블스 팬클럽과 중년 팬덤 문화

by Hanoi Kwon 2025. 8. 11.

잠실에서 진행된 영탁쇼

 

아내 따라 억지로 간 영탁 콘서트에서 받은 충격

솔직히 말하면 영탁 콘서트는 아내가 가자고 해서 따라간 것이었다. 50대 중반 남자가 트로트 가수 콘서트라니... 처음엔 다소 어색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잠실 실내체육관에 도착하자마자 완전히 다른 세계를 발견하게 되었다.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영탁 머플러를 목에 두른 중년 여성들, 응원봉을 든 사람들이 벌써부터 영탁 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이게 무엇인가?" 싶었는데, 아내는 이미 그 분위기에 완전히 빠져있었다.

동년배들의 모습이 신기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제 또래나 좀 더 연상인 분들의 모습이었다. 평소 직장에서 만나던 진부한 중년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5060 세대 여성분들이 10대들처럼 영탁 굿즈를 들고 있고, 단체복까지 맞춰 입고 계셨다. 처음엔 "저 연령대에 저런 것을 해도 괜찮을까?" 싶었는데, 곧 그런 생각이 편견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연 시작 전에 옆자리 60대쯤 되어 보이는 여성분이 나에게 "이것 처음이세요? 영탁이 진짜 잘해요!" 하시면서 친근하게 말을 걸어주셨다. 그런 자연스러움이 참 인상적이었다.

영블스 팬클럽 문화를 처음 알았다

영탁 팬클럽이 '영블스'라는 이름이라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이름부터가 젊은 피라는 뜻이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메시지인 것 같았다.

실제로 팬클럽 회원들의 응원을 보니 정말 "젊은 피"가 맞았다. 곡이 시작될 때마다 일제히 "영탁!" 하고 외치는 소리, 응원봉을 흔드는 모습...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이런 문화도 있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내가 아는 중년의 여가생활이라고는 골프나 등산, 낚시 정도였는데, 이렇게 적극적으로 즐기는 방식도 있었던 것이다.

중년 남자들도 의외로 많았다

처음엔 나만 남자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중년 남성 관객들이 꽤 많았다. 나처럼 아내 따라온 분들도 있고, 친구들끼리 온 분들, 심지어 혼자 온 분들도 계셨다.

바로 앞자리 50대 후반쯤 되는 남성분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거의 모든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완전히 몰입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처음엔 "저 분도 아내 따라오신 건가?" 했는데, 나중에 보니 혼자 오신 진짜 팬이셨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 남자도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구나" 싶었다.

우리 세대의 새로운 문화 양상

평소 내가 보던 중년층은 대부분 조용히 살아가는 분들이었다. 공연장에 가도 얌전히 앉아서 감상하고, 박수 치고 끝...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본 중년들은 달랐다. 전국 어디든 공연을 보러 다니고, 예매 경쟁도 치열하게 하고, 현장에서는 20-30대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즐기고 있었다.

이런 변화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아무래도 경제적 여유가 생기고, 자녀 교육이 마무리되면서 개인 시간이 확보되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제2의 인생을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의식도 한몫했을 것이다.

무대 위 영탁과 관객들의 교감

영탁의 무대 진행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특유의 친근한 말투와 위트 있는 멘트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중간중간 던지는 농담들은 공연장 분위기를 한층 더 달궜다. 역시 오랜 경험이 만들어낸 노련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업템포 곡이 흘러나오면 관객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흔들고, 발라드가 시작되면 각자의 핸드폰 플래시를 켜며 하나의 별빛 바다를 만들어냈다. 수천 명이 모인 대형 공연장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친밀한 소규모 모임 같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나 역시 언제부턴가 박수를 치며 공연에 빠져들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본 아내가 미소를 지으며 "여보도 생각보다 즐기는 것 같네요"라고 말했을 때, 정말 그렇다는 것을 깨달았다.

편견을 깨뜨린 하루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아내에게 "생각보다 재미있었다"고 했더니 "그러게, 처음엔 시큰둥하더니" 하면서 웃었다.

하지만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나이가 든다고 해서 조용히만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구나, 좋아하는 것을 즐기는 데 나이는 정말 중요하지 않구나... 이런 생각들 말이다.

그리고 '영블스' 같은 팬클럽 문화도 하나의 건전한 취미 생활이자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는 건강한 문화였다.

새로운 시각으로 본 중년의 삶

이제 길에서 영탁 노래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귀가 쫑긋해진다. 그리고 비슷한 또래 분들이 콘서트나 공연 이야기를 하면 예전처럼 "나이도 먹고..." 하는 시선으로 보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저런 에너지가 있어야 젊게 사는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내가 영탁 팬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이런 문화 자체는 정말 긍정적이라고 본다.

다음에 아내가 또 다른 가수 콘서트에 가자고 하면... 글쎄, 한 번 더 따라가 볼 수도 있을 것 같다.